더스트 데빌
요르단 남부 와디 럼의 사막에서 촬영된 영상은 공상과학 영화의 배경으로 소비되어 온 사막 이미지를 빌려,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균질화된 인식과 인위적 개입, 그리고 초자연적 재앙 상상 사이의 연속성을 탐사한다. 미디어 속 사막은 자원 고갈과 기후 변화로 황폐해진 미래, 혹은 생명에 적대적인 외계 세계를 표준 배경처럼 호출해 왔다. 작업은 이 규격화된 배경을 그대로 따르되, 그 반복을 통해 틈을 만든다.
풍경 위에 얹힌 세피아 톤은 관습적 사막의 시각 문법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연 세계의 기술적 재현과 자연 그 자체가 이미 인위적 변형에서 분리될 수 없음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모래 알갱이는 픽셀처럼 보이고, 먼지의 소용돌이는 렌즈의 비네팅과 겹친다. 표면의 색조는 과거의 아카이브를 연상시키지만, 바로 그 아카이브성이 현재를 착색하며 미래를 예단하는 기술적 응시임을 환기한다.
깊은 시간과 불안정한 현재, 상상된 미래가 하나의 장에서 겹쳐 떠다니며 풍경에 유령처럼 출몰한다. 화면은 다큐멘터리의 태도와 기후 픽션의 상상력을 왕복하고, 인공과 자연, 생명과 무생명 사이를 미세하게 흔들린다. 결과적으로 「더스트 데빌」은 낯익은 사막의 이미지로부터 출발해, 행성 간 여행기처럼 보이는 몽타주를 통해 우리의 인식 장치 자체를 역추적한다. 관람자는 황량한 풍경을 본다는 감각과 그 풍경이 이미 기술과 상상력의 합성물이라는 자각 사이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