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주의 리얼리즘

1S34008AP, F010122011964, .04 . 0*8 . 5mm

장영해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7분 8초


심폐소생술(CPR)을 경험하는 몸은 완전히 죽지도, 완전히 살아 있지도 않은 상태에 머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나의 죽음”은 타인의 손놀림을 경유해 집행되며, 타율의 리듬—압박과 이완의 박동—이 생명 판단의 권한을 잠시 외부로 이양한다. 이 보류된 생명은 중첩된 현재로 남아, 어느 쪽으로도 확정되지 않은 시간의 틈을 흔들며 지속한다.

영상은 가슴 압박의 긴박한 운동과 화장 후 유골을 쓸어 담는 조심스러운 일상의 동작을 교차 편집한다. 그 사이에서 “죽은 몸”, 혹은 그렇게 가정된 비가시적 존재는 스크린 밖의 카메라라는 신체를 통해 시점을 점유한다. 카메라는 증언자가 아니라 대리 신체이자 잠정적 주체가 되어, 화면 너머에서 돌아오는 시선의 방향을 뒤집는다. 시점은 더 이상 하나의 눈이 아니라, 구조(救助)와 수습(收拾) 사이를 왕복하는 촉각적 감각—압력, 먼지, 잔여의 입자로 분해된다.

관람자는 스크린을 매개로 이 임계의 장면에 접속한다. 마취된 대상으로서, 동시에 생사의 가능성이 겹쳐진 당사자로서 관람자는 화면 앞에서 자신의 호흡과 타인의 호흡을 겹쳐 듣는다. 응급의 리듬과 사후의 제스처 사이, 관람의 신체는 판단을 유예한 채 감각의 책임을 떠맡는다. 여기서 보는 행위는 구경이 아니라 체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