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주의 리얼리즘

수요와 공급의 장 

프리즌 브레이커
2025, 알루미늄 프로파일, 3D 프린팅, 1200 × 1200 × 900 mm

알바로 시자 팝니다

프리즌 브레이커
2025, 디지털 프린트, 액자, 700 × 700 mm (2점)


본 작업은 위대한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미완의 프로젝트 <A Gallery for Two Picassos>에서 출발하여, 그 설계 원리를 알고리즘적 제품으로 구현하고 확장하는 건축적 실험이다. 특히 마드리드를 위해 구상되었으나 실현되지 못했던 이 갤러리가 25년 후 한국 창평리에 ‘소요헌’이라는 이름으로 1/4 규모로 축소되어 구현된 사실에 주목한다. 

알바로 시자는 ‘건축 제품화’의 선구자이다. 만약 시자의 건축적 원리를 담은 알고리즘에 의해 소요헌이 창평리가 아니라 부산 광안리 해변이나 서울 남산 위에, 혹은 도쿄, 아테네, 베이징, 누크, 파리, 카이로, 나이로비, 멜버른에 지어진다면 어떨까. 반복은 복제가 아니라 탁월함의 확산이다.

소요헌은 알고리즘화된 시스템 안에서 폭, 높이, 길이, 두 축의 각도와 같은 다양한 변수의 조정을 통해 맞춤형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 제너러티브 디자인, BIM, GIS의 통합을 통해 지형에 대한 적응, 디테일 선택, 공사비 산정까지 전 과정을 정보화하고 자동화함으로써 건축을 하나의 알고리즘 제품으로서 생산하고 유통하는 미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알고리즘 제품은 초기 설계 원리 정의, 주요 변수 통제, 그리고 건축가의 미적 선호를 반영한 최적화 과정을 통해 완성되며, 다차원의 상태 공간을 건축가의 의도에 따라 큐레이션된 제한된 선택지로 변환시킨다.

전시 설치작품 〈수요와 공급의 장〉은 이러한 논의를 시각화한다. 1.2m × 1.2m 평면 위에 건물의 형상이 파내진 7개의 도형은 건축 제품의 부재에서 비롯된 ‘수요’를 상징하며, 20 × 30 그리드 좌표 위에 배치된 600개의 1/1000 스케일 ‘소요헌’ 모형은 이에 대응하는 ‘공급’을 표현한다. 각각의 모형은 위치 좌표(부동산 가치)와 외력(수요의 힘)에 따라 폭, 방향, 각도, 깊이가 달라지며, 각 에디션에는 예상 공사비, 거푸집 면적, 콘크리트 체적, 연면적, 두 축의 각도와 치수 등의 정보가 포함된다. 본 설치 작품은 ‘수요와 공급’의 장에서 작동하는 알고리즘 제품의 시뮬레이션 장치이다.